프릴님의 글입니다... 허락받고 올려둡니다. 내캐 잡아먹힌거아님? ㄹㅇ?
후미유키가 가쁜 숨을 내쉬었다. 호흡할 때마다 가슴팍이 불규칙한 속도로 오르락 내리락거렸다.
날카로운 칼에 꿰뚫린 복부에서 검붉은 피가 뚝, 뚝 흘러나온다. 신음이 절로 흘러나오는 고통이었다. 그러나 후미유키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과다 출혈 탓에 머리가 핑 돌고 욕지기가 치밀어 올랐음에도 이를 악문 채 버틸 다름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기절해 버린다면, 앞으로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었다.
‘어지러워.’
눈앞이 뿌옇게 흐려져만 갔다. 저택에서 빠져나가 누구에게라도 도움을 요청해야만 하는데, 한 걸음이라도 발을 뗄 수 없었다. 이 자리에서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그대로 고꾸라질 것만 같았기에. 목구멍에서부터 쓰디쓴 피 맛이 올라왔다. 어쩌면 입안을 너무 강하게 짓씹은 탓일지도 모르겠다. 생명의 온기가 점차 옅어져만 가는 것이 느껴졌다.
‘조금만 더 버텨야 해…….’
몇 발자국만 더. 후미유키가 문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끌었다.
떨리는 숨결이 입술 새를 비집고 흘러나오던 그때, 차가운 바람이 그의 뺨을 스쳤다. 동시에 절박한 외침이 고막을 관통한다.
“후미유키 씨!” “……당신.”
다급히 뛰어온 것인지, 눈앞에 키리타니가 숨을 헐떡이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후미유키가 자신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자연스레 의문이 떠올랐으나 그에 대한 해답은 제 목에 있었다. 생명의 온기가 옅어졌을 테니 그에게 연락이 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식으로 그를 마주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지금의 후미유키는 너무나도 연약하고 불안정했다. 그의 상태를 눈으로 살핀 키리타니가 침착함을 유지하며 다가섰다. 겉보기에 치명상은 아니었지만 이대로 그를 방치해 둘 수는 없었다. 당장이라도 치료하지 않으면.
“후미유키 씨, 병원부터 가시죠. 제게 기대요.” “……필요 없어요. 이 정도는 혼자 치료할 수 있으니까.” “말 들으세요. 이대로는 어디도 갈 수 없습니다.” “제 몸이에요, 당신.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으니 비켜 줘요.”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으시는 겁니까. 제발 부탁입니다.”
지금 이 순간, 그에게만은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았다.